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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in Book

<나만의 책> 8강.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 나만의 책 > 박웅현,  『 다시 책은 도끼다 』, p349,  북하우스, 2016. 6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8강.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파우스트』에는 자본의 논리, 과학, 사랑, 남녀관계, 지식인, 종교, 자연,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수많은 인간사가 들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스토리를 따라 읽기보다 한 편의 시를 한 줄 한 줄 명언을 읽듯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가며 읽어보길 원하는 겁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줄 만한 한 줄을 찾겠다는 목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냥 내 몸속에 들어온 『파우스트』를 만나 보셨으면 해요. 이렇게 펼쳐도 좋고, 저렇게 펼쳐도 좋은 책이 될 겁니다. 괴테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 선물을 감사히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책, 「파우스트」(전2권),요한볼프강 괴테,문학동네, 2019

박웅현의 독법으로 읽은 『파우스트』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한 줄의 힘을 찾아서

 

328, 329

 

파우스트의 시작은 메피스토펠레스와 신의 대화입니다. 파우스트에게로 가기 전 이들이 나누는 대화죠. 메피스토펠레스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지상의 작은 신이라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창조의 그날 그대로 괴상망측하지요.

차라리 당신이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더라면,

인간들이 조금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인간을 그걸 이성이라 부르며,

어떤 짐승보다 더 동물적으로 살아가는 데만 쓰고 있지요.

 

인간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구절이죠, 이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학살과 살육을 서슴지 않는,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 잔인한 동물이에요. 그러자 신이 이렇게 대답하죠.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329

이 문장도 매우 유명하죠.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이생의 황금나무뿐이라네

 

335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과 싸움하고 싶어진다.

 

336

이성이 있고 올바른 생각만 있으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나오는 법일세

자네들이 말하는 것이 진지하다면,

말마디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는가?

 

할 말만 하자! 잘하려 하지 말고, 멋지게 말하려 하지 말고 할 말만 하자...

이렇듯 인생을 살면서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있을 때 꾸밈없이,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세로 임한다면 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348

내가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나는 책을 오독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평소에 책을 오독한 덕분이다.

 

여러분도 기꺼이 오독을 하시길 바랍니다. 정독은 우리 학자들에게 맡겨 둡시다. 우리는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각자의 오독을 합시다. 그래서 그로 인해 풍요로워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BOOKRO 썰

‘오독誤讀하는 삶’이라는 말이 가슴에 콱 꽂힙니다. 나만의 해석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살아갑니다. 그 해석과 방식이 다양성을 만들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 또한 자신의 수준만큼 읽히고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가와 비슷할 수 있다는 것부터 자만이고 착각이지요. 단지, 작가가 깨닫고 쓴 부분을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고 그것을 기록한 것이 <나만의 책>이 될 뿐이지요. 그래서 <괴테의 파우스트>가 한 권이듯이 <나의 파우스트>도 한 권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고 나만의 적용입니다.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