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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in Book

<나만의 책> 2강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

<나만의 책> 다시, 책은 도끼다

<나만의 책> 박웅현 ,  『 다시 책은 도끼다 』 , p349,  북하우스 , 2016. 6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2강에서 소개하는 책들

곽재구, 『포구기행』, 열림원, 2002

곽재구 산문집, 『길귀신의 노래』, 열림원, 2013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도사출판b』, 2013

법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불광출판사, 2015

 

 

83, 84
우리는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저 욕망을 하죠. 우리의 욕망을 구성하는 재료가 얼마나 허망한 것들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욕망의 구성 재료들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우리는 덜 불행해집니다. 사유라는 게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끄고, 접속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겁니다. 인풋도 아니고, 아웃풋도 아니고 노풋 상태로 있는 거지요. 사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들을 못 건져냅니다.

 

새는 울고 꽃은 핀다

중요한 건 그것밖에 없다

(정현종,『나는 별아저씨』 중, 문학과 지성사, 2000)

 

바람은 마지막 잎새 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나희덕, 「11월」 일부, 『뿌리에게』, 창비, 1999)

 

한 시절의 영화는 사라졌어도 세상을 지탱하는 곧은 형식들은 차가운 바람 속에 남아있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주목하는 힘!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해보아

또 하나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더라

잘 익어가자

(2014년 8월 9일 오후)

 

이토록 따뜻한 시인의 시선이여

 

51

대저 시란 무엇인가? 마을 입구에 도라지 꽃이 피고 하늘에는 하얀 달이 흐르고 이역에서 온 아낙네가 땀을 내 일하다 잠시 멈춰 서서 꽃이 참 이쁘오! 라고 말하니 그 순간이 바로 시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LTE라는 개떼

 

52, 53 

“스님 빠지면 예쁜 사진이 안 나올 거 같아”

“아니요, 세 분 다 예뻐요.”

(2014년 7월 4일, 미황사)

 

53, 54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꾼, 가난, 숨결들.

 

54

이런 문장을 보면 어디를 여행하는 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눈을 가지고 여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

 

54, 55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하는데 목적지를 가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과정의 즐거움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눈앞에 걸아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지는 충분히 행복하다.

 

새들은 길 위의 내게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갈매기들은 이쁜 소의 눈빛을 하고 있다. 그들이 꾸는 꿈의 정갈함 탓이다.

날개가 파란 어떤 새는 내게 춤에 대해서 얘기해줄지도 모른다.

 

60

오래 사는 게 문제겠습니까? 이렇게 깊이 느끼면서 사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섬과

섬 사이로

새가 날아갔다

보라색의 햇살로 묶은

편지 한 통을 물고

편지를 썼나 보다

 

62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지름길이다.

 

살아간다는 건 봄을 한번 더 본다는 것

 

66

콩들은 밥으로 떡으로 갈 것이고 콩깍지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언저리로 갈 것이다.

 

살아 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입니다.

 

 

시로부터 위로받는 삶

 

 67, 68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조용한 일」 전문,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70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72

시를 제대로 읽어보려는 사람은 어떻든 시 앞에서 일단 겸허하고 공경스러워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한 편의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소리와 빛깔과 냄새들이 나에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나의 온몸으로 시의 온몸을 등신대로 만나는 것이다.

 

사랑을 투입한 시선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무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 「墨畫」전문

 

우리는 왜 사유해야 하는가

 

오로지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앞’과 ‘위’만을 바라볼 뿐, 우정과 사랑과 진리를 나누기 위하여 ‘옆’과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행복의 4F: Family, Friend, Fulfilling activities, Frame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하는 삶

 

89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89

이 세상 어느 것도 있어 온것은 없다.

늘 거기 있던 것들을 주목해 보아서 삶의 즐거움을 또 하나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BOOKRO 썰

이 강講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사유하라는 것일까요? 이 시대가 지나치게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바쁜 중에 사람들이 목적만을 쫓다보니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멈추라는 것이지요. 우리의 시선을 앞, 뒤만 보지 말고 옆도 보자는 것입니다. 그 ‘옆’에는 과정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들이 즐비합니다. 무엇보다 그 곳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따뜻한 사랑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시가 있고 삶에 대한 겸허함과 공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소중한 사랑을 놓치지 말라고, 느낌 있게 살라고 강講 합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보낸 하루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그냥 있어 온 것이 없고, 내가 주목하고 사랑과 의미를 주어야만 그 존재는 더욱 환해진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이 강講이 말하는 시심詩心이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