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in Book

<나만의 책> 6강.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 나만의 책 >, 박웅현 , 『 다시 책은 도끼다 』 , p349, 북하우스, 2016. 6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6강.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영화를 볼 때 어떻게 보세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우여곡절과 갈등을 지나 달콤한 키스를 하는 걸로 엔당을 맞이하죠. 그렇다고 그동안 서로에게 준 상처, 아픔 이런 것들이 키스 한 번으로 싹 잊힐까요? 현실이라면 일주일 후에 같은 일로 또 싸울 거예요. 그런데 그런 모습은 저기 커튼 뒤에 있어요. 보이지 않죠. 이 책은 커튼 뒤, 우리가 읽은 소설 뒤에 숨어 있는, 작가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우리가 보지 못한 소설 바깥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커튼을 찢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루죠. 소설을 쓸 때 커튼 앞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던 소설가들이 있거든요.

 

 

이 장에서 소개하는 책

커튼밀란 쿤데라 지음, 민음사, 2008

 

 

우리의 삶은 산문의 세계이다

 

222

키치는 산문적인 것, 키치kitsch는 운문적인 것이다.

운문적이라는 말은 걷어낼 것은 걷어내고 커튼 앞에 등장 시킨 멋진 부분을 의미합니다.

 

예술의 역사는 평평하다

 

233

소설가의 야심은 이전 선배들보다 나아지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그들이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데에 있다.

 

북극 발견이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무효화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플로베르의 시학은 발자크의 시학을 폄훼하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걷어낸 커튼

 

240

한 가지 차이점은, 내적 독백 속에서 톨스토이는 조이스처럼 정상적이고 일상적이며 진부한 삶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키치

 

241

키치는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죠.

 

244

우리를 갈라놓았던 것은 두 가지 미학적 태도의 충돌이었다. 키치를 유난히 참지 못한 사람이 천박함을 유난히 참지 못하는 사람과 부딪혔던 것이다.

 

서정을 극복한 플로베르

 

245

서정은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떤 상황을 한 사람의 시선에서 본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절세 미녀의 똥, 자상한 아버지의 폭력, 7성급 호텔의 쓰레기 냄새, 배은망덕한 자의 의리, 당신은 이 문장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248

소설가는 자신의 서정 세계의 폐허 위에서 태어난다.

 

 

프란츠 카프카(1883.7.3-1924.6.3),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

 

시대를 읽은 작가, 카프카

 

250

카프카는 상황을 앞으로 내세웁니다. 이것이 카프카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252

그러나 몽상은 그만! 우리 모두는 출생의 날짜와 장소에 절망적으로 못 박혀 있다. 우리의 자아는 우리 삶의 구체적이고 유일한 상황을 벗어나서 생각할 수 없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만 그리고 그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253

사회 현상의 실존적 영향력은 그것이 팽창할 때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미약한 상태인 초창기에 날카롭게 인지될 수 있다.

 

254

16세기에 교회의 타락이 가장 덜 한 곳 독일이었고 그렇게 때문에 그곳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음을 지적한다. 오직 타락의 초기에만 타락을 참을 수 없다고 느끼기때문이다.

 

어떤 현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반복되는 현실에 직면한 사상은 결국 언제나 입을 다물게 되는 법이다.

 

256

그의 자유는 무한하지만 그만큼 무력하다.

 

258

싸움의 개념 역시 모험과 비슷하다. (중략) 몸 대 몸의 싸움은 없다. 보험, 사회보장, 상업보장, 밥원, 국세청, 경찰, 도청, 시청, 우리의 적에게는 몸이 없다.

 

그 모든 소동 후에 K는 지쳐서 죽는다.

 

책을 기대하게 하는 책

 

259

어른이 되어서 거리를 두고 볼 때에야 방황이 방황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렇게 거리를 둘 때에만 방황의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미래의 어느 날 지나간 젊음을 향해 어떤 시선을 던지게 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확신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를 이미 경험한 어른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옹호한다.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BOOKRO 

: 글쓰기는 편집입니다. 쓰고 싶은 것만 쓰는 것이 글쓰기이니까요. 키치kitsch인 것이지요. 그러므로 글쓰기는 나름의 법칙이 있고, 그 법칙에 리듬을 실으면 격조 있는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처음 느낌을 잡아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편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가능하면 덜 일상적인 시선으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첫 느낌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글쓰기의 노하우이지요. 

글쓰기에서 거리는 중요합니다. 거리 조정이 글쓰기의 승패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천박하고, 멀리가면 건조합니다. 그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글쓰기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선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른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이전보다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보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관건이 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높고 낮음을 가리는 게 아니라 글쓴이의 시선을 따지는 것입니다.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남이 어떻게 보았느냐 보다는 내가 어떻게 보느냐가 더 우선되는 게 글쓰기 인 것이지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의 <커튼>은 하나이지만, '나만의 책' <커튼>은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수 천, 수 만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