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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건강 in Life

<나만의 책> 화두話頭

<나만의 책>베르나르 베르베르, 『 상상력 사전 』, p629, 열린책들, 2011. 3

 

 

 

화두話頭는 선불교에서 논리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려고 던지는 역설적인 문장이다. 얼핏 들으면 터무니없는 말같이 보이는 문장이 우리의 정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태도와 움직임을 취하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정신적 체조의 목적은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데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를 지난 사람에게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고통은 경직된 흑백 논리에서 나온다. 통상적으로 우리의 정신은 흑과 백, 선과 악, 좌와 우, 참과 거짓 등로 사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좋아하는 것이다. 화두는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사고의 통상적인 궤도를 벗어나게끔 강요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삼각형이 볼 때에는 원은 하나의 화두이다>라고 말 할 수 있다.

 

다음은 화두의 몇 가지 예이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북극의 북쪽에는 무엇이 있는가?

의식이 없다면 우주는 존재할 수 있는가?

검은 빛은 사물을 밝힐 수 있는가?

박수를 치면서 두 손은 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한 손이 내는 소리는 무엇인가?

환상은 존재할 수 있는가?

사람은 거울을 보고, 거울은 사람을 본다.

자신을 잊으라. 우주 전체가 그대를 인정해 주리라.

흰 눈이 녹을 때 흰색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네게 없는 것을 네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서 찾으라.

나는 내 의견에 동의하는가?

자유를 구하라. 그러면 그대 욕망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규율을 구하라. 그러면 자유를 찾게 되리라.

우리가 어떤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적의 소리를 들어라.

 

 

 


BOOKRO 썰

: 화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화두는 절 집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교회를 다닌다. 부족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회를 출석하면서 나에게 처음으로 화두가 되었던 말이 “창세전創世前에 나를 택했다.”는 말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상이 생기기도 전인데 내가 어디에 있었다는 말이지? 하나님의 계획 속에 내가 있었다는 말인가? 나라는 존재는 그럼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화두는 넘쳐난다. 굳이 선방禪房에 앉아서 화두를 붙잡지 않아도, 화두가 될 만한 생각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보자

 

죽어야 사는 삶, 죽는 게 사는 것이고 사는 게 죽는 것이다.

이 땅에 하늘나라가 임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하다.

하나님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시다

하나님은 영이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계신 곳이다.

.....

 

기독교의 신앙은 이성을 함의含意하지만 이성보다는 훨씬 큰 영역이다. 그래서 생각해서 아는 게 아니고, 살아내야 알수 있는 게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는 기독교에서는 메타포와 매우 닮은 단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