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건강 in Life

<나만의 책> 인간은 자신의 욕심대로 착각하고 실수한다

 

<나만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 p629, 열린책들, 2011. 3

 

 

페리숑 씨의 콤플렉스

 

19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외젠 라비슈는 「페리숑 씨의 여행」이라는 희극 작품에서 인간의 묘한 심리를 드러내는 한 가지 행동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알고 보면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행동, 바로 배은망덕이다.

 

파리의 부르주아 페리숑씨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다. 딸에게 반한 두 젊은이 아르망과 다니엘도 딸에게 청혼할 기회를 얻기 위해 페리숑 씨 가족과 동행한다. 일행이 <얼음 바다>라 불리는 알프스 빙하 근처의 한 산장 여관에 묵고 있던 어느 날, 페리숑씨는 승마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진다.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다. 그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있는데 때마침 아르망이 달려들어 그를 구해 준다. 아르망에 대한 딸과 아내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정작 은혜를 입은 페리숑 씨의 태도는 다르다. 처음엔 생명의 은인에게 기꺼이 고마움을 표시하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도움을 과소평가하려고 애쓴다.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전나무를 보고 막 붙잡으려던 참인데 아르망이 온 것이고, 설령 아래로 떨어졌다 해도 멀쩡했을 거라는 식이다.

 

 

 

이미지출처: https://www.shutterstock.com

 

 

이튿날 페리숑씨는 두 번째 젊은이 다니엘과 함께 가이드를 따라 몽블랑 아래의 빙하 쪽으로 트레킹을 나선다. 도중에 다니엘은 발을 헛디뎌 크레바스로 추락할 위기를 맞는다. 이때 크레숑 씨가 피켈을 내밀어 잡게 하고 가이드와 함께 그를 끌어낸다. 산장으로 돌아온 페리숑씨는 딸과 아내 앞에서 자랑스럽게 그 일을 떠벌린다. 다니엘은 페리숑 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기는 죽었을 거라면서 아낌없는 찬사로 그를 그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페리숑 씨는 아르망보다는 다니엘에게 관심을 갖도록 딸을 부추긴다. 그가 보기에 다니엘은 무척이나 호감이 가는 젊은이다. 반면에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준 일은 갈수록 불필요했던 일로만 여겨진다. 급기야는 아르망이 자기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조차 의심하기에 이른다.

 

외젠 라비슈가 이 희극을 통해 예증하듯이, 세상에는 은혜를 입거나 신세를 지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고마음을 모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을 미워하는 자들도 있다. 그것은 아마도 도와준 사람들에게 빚을 진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우리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좋아한다. 우리의 선행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이 두고두고 감사하리라 확신하면서 말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p148, 149에서

 

 

 

자신의 욕심으로 크레바스도 채을 수 있는 게 인간이다

 


 

BOOKRO : 인간은 자신의 욕심대로 착각하고 실수한다.

 

페리숑 씨 같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수두룩한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는 처음 보는 순간 정해진다고 한다. 아마도 페리숑 씨는 다니엘을 처음부터 아르망보다 더 좋아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르망과는 어디를 같이 갔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아르망이 페리숑 씨를 위험에서 구해준 것만 이 이야기에 담겨 있다. 반면에 페리숑은 다니엘을 데리고 트래킹을 함께 가지 않는가! 아마도 다니엘은 사윗감으로써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트래킹 도중 그의 미래 사위의 목숨까지 구해주게 된다. 그 은혜를 다니엘이 깊이 감사하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래서 아버지는 딸에게 다니엘과 결혼하도록 부추긴다. 이제 남은 건 다니엘이 아르망보다 낫다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페리숑씨는 아르망에게 목숨을 빚진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페리숑 씨는 이렇게 마음먹었을 것이다. “아냐, 그날 아르망이 없었더라도 나는 나뭇 가지를 잡고 올라 왔을 거야. 혹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고 해도 멀쩡했을 걸.” 처음에는 머리 속에서만 그랬는데 점점 확신에 빠져든다. ‘난 아르망이 없었더라도 죽지 않았어!’ 그리고 그는 다니엘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 녀석, 볼수록 맘에 드는군. 우리 딸과 결혼시키면 좋겠어. 혹시 둘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에게 신세진 목숨 값 때문이라도 우리 딸을 더 사랑해 주겠지’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페리숑 씨는 아르망에게 목숨을 빚진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급기야 기억을 왜곡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다니엘은 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할까? 페리숑 씨, 그는 다니엘은 자신과 같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런데 페리숑 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욕심대로 착각하고, 실수하고 또 그것을 반복한다.